반응형

취미는 독서/책읽기 24

임은정 - 계속 가보겠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주저함과 흔들림, 그리고 선택과 결단. 책 표지 뒤에 나오는 이 구절이 이 책을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언론에 비치는 보이는 임은정은 잔다르크다. 성폭력 범죄를 은폐한 부장검사와 검사를 고발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검찰총장을 고발하고, 거침없이 칼을 휘두른다. 정의의 이름으로 너희를 심판하노라!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최초 검찰 조직의 반기를 든 무죄구형을 결정하고, 검사게시판에 징계청원 글을 예약하고, 법정에서 무죄구형을 하고 오후 반가를 내고 도망친다. 주저하고, 흔들리고, 걱정하고. 우리와 같은 평범함 속에서 그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결정을 실천해 나가는 꿋꿋함. 그 꿋꿋함을 응원한다. "걷다 보니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지 모르..

당신을 믿어요. 김유나.

김윤나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유튜브 세바시 강연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작가라로 할까! 강연이 매끄러웠다. 15분 남짓 주어진 시간에 충실했고,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러웠고, 강연 주제도 명확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강연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강연하는 목소리였다. 말이 참 곱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단지 목소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말에 진심을 담아 말을 꼭꼭 씹어 전달하는 소리가 참 고왔다.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환경,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구김없는 삶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어쩜 이리 말이 이쁠까! 말그릇이라는 책 저자 답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반전!! "당신을 믿어요"라는 국방색(?) 표지의 책을 읽고 알게된 반전 사실이다. 사실은 작가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경제적 어..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고민이 많은 세상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일어나는 일도 많고 해결해야 할 일도 넘쳐나는 세상이다. 고민의 중심에 사람의 마음이 있다. 같은 세상에 살지만 고민의 종류 빈도가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 고민이 사람 마음의 일이기 때문이다. 고민 많은 세상에서 많은 고민을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생길 때 마다 해답을 찾아 다녀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고민을 주제로 그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많은 고민을 어떻게 모두 열거해 하나 하나 해답을 제시한단 말인가. 사는 세상도 달라지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사는 사람도 바뀌는 세상에서 말이다. 이 책은 개별 고민을 풀어가는 방식이 아닌 "고민이라는 큰 주제를 더 잘 풀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을 제시한다..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스 색스

2013년 코닥 엑타크롬 필름이 단종 되었다. 코닥에서 가장 선명하고 발색이 좋았던 슬라이드 필름이 디지털에 밀려 단종된 것이다. 이미 사진을 업으로 삼던 이들은 디지털로 전환을 마친 상태였고, 취미로 사진을 찍던 동호인들도 상당수가 디지털로 옮겨간 상태였다. 그래서 코닥 크롬이 단종된다는 사실에도 사진 업계에 큰 충격이나 타격은 없었다. 하지만 코닥의 슬라이드 필름 단종이 가슴 아픈 이가 있었으니, 바로 지인 M이다. 풍경사진을 주로 찍던 M은 코닥크롬의 열렬한 지지자 였다. 슬라이드 필름에 발색되어 나오는 그 선명한 형상을 루뻬와 슬라이드 환등기로 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M은 마지막 코닥 엑타크롬 필름 물량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그 마지막 필름 매입이라는 거대한 ..

성수선의 삶과 책이야기, 밑줄 긋는 여자

삶과 책이 연결될 수 있을까? 만약 서로 연결될 수 있다면 어떻게 연결될까? 내가 보는 이 책이 삶에서 어떻게 녹아들고, 또 생각 속에서 어떻게 자라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책을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다. 책이 단순한 유희로써 기능한다고 해도, 그 정도 역할을 해낸다고 해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책을 통해 얻는 즐거움도 무시 못 할 책의 효용가치라 할 수 있을 테니깐. 그렇다고 해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책이 단순한 유희만 있다면 '책을 읽어한다'라는 꼰대(?)와 같은 권면이 설명되지 않는다(우리는 '영화를 봐야 한다', 'TV를 봐야 한다'라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유희를 넘어선 책의 효용성은 어디에 있을까! 이 고민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결점을 제시해 주는 책이 있다. 바로 성수선의..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 어느 가족의 유쾌한 지구별 방랑기

세상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출생의 비밀이 두서없이 펼쳐지는 울트라 쇼킹 가족부터 책임감이 강하신 아버지와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를 둔 넉넉하지 않은 행복한 가족까지 다양한 인간사 속에서 세상의 가족들은 그 나름의 분위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삶이란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고 그 사이사이에는 슬픔과 기쁨의 범주에 미치지 못하는 아기자기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들어차 있다. 사건이라고 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을 작은 에피소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상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다. 적어도 가족 간의 관계에서는 그렇다. 이 책은 가족의 이야기다. 작가 이기호가 그리는 따뜻한 웃음과 감동이 있는 가족 이야기다. 두 아이와 아내가 함께하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작가..

은유 작가를 발견하다 - 출판하는 마음

이 책은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문학편집자, 저자, 번역자, 인문편집자, 북디자이너, 출판제작자, 출판마케터, 온라인 서점 MD, 서점인, 1인 출판사 대표 등 출판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이라는 게 현란하고 화려한 느낌과 거리가 먼 것처럼, 출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담하다. 조선시대 사대부가 그린 수묵화를 볼 때의 느낌이랄까(심지어 표지부터 속지 사진, 내용까지 전부 흑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손이 갔던 이유, 그리고 이 책을 덮고 '그래 책을 집어 들길 잘했어'하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저자 '은유' 때문이다. 멋진 저자의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을 가진 이를 통해 재해석되어 나오는 이야기는 소소하게 감미롭다. 인터뷰를 넘어서 '사람 이야기는 이렇게 해야 해..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 김보통

김보통이 들려주는 대체로 우습고, 때때로 찡한 이야기 도서관에 강의하러 오신 선생님께서 여행 취재 이야기를 하면서 들려준 이야기다. 실화다. 어느 외딴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다. 할머니 나이는 여든이 넘었다. 할머니는 열일곱에 시집가 그 산골에서 평생 사셨다. 밭을 일구고, 시부모님 모시고, 아이들을 키우셨다. 성실, 보람, 열심 등 좋은 감정이 들게 한 단어들이 가슴을 스친다. 할머니의 시부모님, 할머니가 키우신 아이들 그리고 나의 눈에도 별 탈 없이 무난해 보이는 삶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시집간 후 평생 집 밖으로 외출하신 게 일곱 번이 되지 않는다. 스무 살이 안 된 나이에 시집가서 60년 넘게 살면서 집 밖 외출이 7일이 안 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정도 되면 성실, 보람, 열심과 ..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임승수.

책 제목이 묵직하다. 깊이 있는 삶을 발효시켜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책을 펼치면 방점이 '삶'이 아닌 '책'에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순간 임승수 작가를 의심할 뻔. 이 책 제목은 금천구 독산동 만화방에서 영감을 얻지 못한게 분명하다. 책 내용은 제목과 달리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책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한 사람, 책을 만드는 글쓰기는 '어떻게' 그리고 '잘' 쓸 수 있는지 궁금한 이들이 읽기 딱 좋은 책이다. 다만, '글쓰기 클리닉'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 나는 이 책을 도서관 대여로 읽은 후 새 책으로 구매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터뷰를 풀어 재구성한 작가의 글 때문이다. 쉽고, 간결하고, 작가의 의도가 ..

글쓰기 클리닉. 임승수.

'단문, 능동형으로, 핵심만' 업무메일을 받은 모 과장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달리 말하면 쉽게, 어법에 맞게, 핵심만 쓰라는 것이다. 문장이 길면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놓치기 쉽고, 핵심을 벗어난 문장은 상대를 피곤하게 한다고... 그의 말은 간단했고, 핵심만 이야기 했지만 나를 피곤하게 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하지만 잔소리의 피곤함은 곧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좋은 결과중 하나는 글쓰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는 것. 하루 20~30통의 메일을 받고 최소 10통 정도는 회신해야 했는데 회신 메일쓰는 시간이 눈에띄게 줄었다. 바로 기계적인 글쓰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적어도 업무 메일에서는. 글쓰기는 지적 논쟁이 아니다. 단순 의사전달이다. 의사전달 내용이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