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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31

임은정 - 계속 가보겠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주저함과 흔들림, 그리고 선택과 결단. 책 표지 뒤에 나오는 이 구절이 이 책을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언론에 비치는 보이는 임은정은 잔다르크다. 성폭력 범죄를 은폐한 부장검사와 검사를 고발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검찰총장을 고발하고, 거침없이 칼을 휘두른다. 정의의 이름으로 너희를 심판하노라!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최초 검찰 조직의 반기를 든 무죄구형을 결정하고, 검사게시판에 징계청원 글을 예약하고, 법정에서 무죄구형을 하고 오후 반가를 내고 도망친다. 주저하고, 흔들리고, 걱정하고. 우리와 같은 평범함 속에서 그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결정을 실천해 나가는 꿋꿋함. 그 꿋꿋함을 응원한다. "걷다 보니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지 모르..

당신을 믿어요. 김유나.

김윤나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유튜브 세바시 강연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작가라로 할까! 강연이 매끄러웠다. 15분 남짓 주어진 시간에 충실했고,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러웠고, 강연 주제도 명확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강연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강연하는 목소리였다. 말이 참 곱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단지 목소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말에 진심을 담아 말을 꼭꼭 씹어 전달하는 소리가 참 고왔다.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환경,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구김없는 삶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어쩜 이리 말이 이쁠까! 말그릇이라는 책 저자 답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반전!! "당신을 믿어요"라는 국방색(?) 표지의 책을 읽고 알게된 반전 사실이다. 사실은 작가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경제적 어..

#enough, 당신을 믿어요

이만하면 됐어 파커 J. 파머가 쓴 책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내가 쓴 문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한 단어, '됐어 enough'일 것이다. 적절한 상황에서 말했을 때 그 단어는 영혼을 보호해주며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이 쉽게 나온다. 요즘엔 생기를 불어넣어주지 않는 것에 대하여 나는 주저하지 않고 '됐거든'이라고 말한다" 생기를 불어넣어주지 않는 것에 대하여 "이만하면 됐어"라고 말하기. 김윤나. 당신을 믿어요..... 충분하다.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살아가도 충분하다. 우린 너무 열심히 살고 있으니깐.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고민이 많은 세상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일어나는 일도 많고 해결해야 할 일도 넘쳐나는 세상이다. 고민의 중심에 사람의 마음이 있다. 같은 세상에 살지만 고민의 종류 빈도가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 고민이 사람 마음의 일이기 때문이다. 고민 많은 세상에서 많은 고민을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생길 때 마다 해답을 찾아 다녀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고민을 주제로 그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많은 고민을 어떻게 모두 열거해 하나 하나 해답을 제시한단 말인가. 사는 세상도 달라지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사는 사람도 바뀌는 세상에서 말이다. 이 책은 개별 고민을 풀어가는 방식이 아닌 "고민이라는 큰 주제를 더 잘 풀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을 제시한다..

감정의 성장. 김녹두.

이 책은 한 마디로 마음 사용 설명서이다. 스스로의 삶을 잘 다스리고 가꾸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 마음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것은 자기이해이다. 자기이해를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잘 가꾸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사용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쌓아온 오랜 임상 경험, 그리고 작가가 만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든다. 어렵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나 신체적인 현상, 생각에 집중할 뿐 그 이면 감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이것이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그 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의..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스 색스

2013년 코닥 엑타크롬 필름이 단종 되었다. 코닥에서 가장 선명하고 발색이 좋았던 슬라이드 필름이 디지털에 밀려 단종된 것이다. 이미 사진을 업으로 삼던 이들은 디지털로 전환을 마친 상태였고, 취미로 사진을 찍던 동호인들도 상당수가 디지털로 옮겨간 상태였다. 그래서 코닥 크롬이 단종된다는 사실에도 사진 업계에 큰 충격이나 타격은 없었다. 하지만 코닥의 슬라이드 필름 단종이 가슴 아픈 이가 있었으니, 바로 지인 M이다. 풍경사진을 주로 찍던 M은 코닥크롬의 열렬한 지지자 였다. 슬라이드 필름에 발색되어 나오는 그 선명한 형상을 루뻬와 슬라이드 환등기로 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M은 마지막 코닥 엑타크롬 필름 물량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그 마지막 필름 매입이라는 거대한 ..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몰스킨이 그냥 하나의 종이 제품에서 아날로그 문화 아이콘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정교한 디자인(잉크를 유혹하는 부드러운 미색종이, 주머니에 쉽게 들어가도록 둥글게 깎아낸 모서리, 종이가 휘지 않을만큼 딱딱한 동시에 거의 가죽 느낌이 날 만큼 부드러운 커버) 때문만이 아니라 세브레곤디가 노트를 신화로 포장했기 때문이었다. 몰스킨은 "헤밍웨이, 피카소, 채트윈이 썼던 전설적인 노트"로 광고되었고, 현대의 가장 위대한 예술과 문학의 중심에 있었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새로운 몰스킨 노트가 위대한 예술가들이 썼던 것과 똑같은 노트인지(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중요하지 않다. (p.84)...몰스킨 노트를 구매한다는 것은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쿨'하고 창의적인 특별한 집단에 들어갈 티켓을 산다는 의..

성수선의 삶과 책이야기, 밑줄 긋는 여자

삶과 책이 연결될 수 있을까? 만약 서로 연결될 수 있다면 어떻게 연결될까? 내가 보는 이 책이 삶에서 어떻게 녹아들고, 또 생각 속에서 어떻게 자라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책을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다. 책이 단순한 유희로써 기능한다고 해도, 그 정도 역할을 해낸다고 해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책을 통해 얻는 즐거움도 무시 못 할 책의 효용가치라 할 수 있을 테니깐. 그렇다고 해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책이 단순한 유희만 있다면 '책을 읽어한다'라는 꼰대(?)와 같은 권면이 설명되지 않는다(우리는 '영화를 봐야 한다', 'TV를 봐야 한다'라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유희를 넘어선 책의 효용성은 어디에 있을까! 이 고민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결점을 제시해 주는 책이 있다. 바로 성수선의..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 맞춰 계획을 수정하면서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특히 처음 해보는 일에서는 계획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합니다....우리가 가진 적절하지 않은 의사결정 패턴 중 하나는 해야 할 의사 결정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나이 들어 가장 많이 하는 후회 중 하나가 '이거 괜히 했다'라는 후회보다 '내가 그때 그걸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라고 합니다....좋은 의사결정이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만약 저에게 물으신다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한 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이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사회..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 어느 가족의 유쾌한 지구별 방랑기

세상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출생의 비밀이 두서없이 펼쳐지는 울트라 쇼킹 가족부터 책임감이 강하신 아버지와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를 둔 넉넉하지 않은 행복한 가족까지 다양한 인간사 속에서 세상의 가족들은 그 나름의 분위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삶이란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고 그 사이사이에는 슬픔과 기쁨의 범주에 미치지 못하는 아기자기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들어차 있다. 사건이라고 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을 작은 에피소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상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다. 적어도 가족 간의 관계에서는 그렇다. 이 책은 가족의 이야기다. 작가 이기호가 그리는 따뜻한 웃음과 감동이 있는 가족 이야기다. 두 아이와 아내가 함께하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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