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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31

세상을 여행하는 방랑자를 위한 안내서

'세상을 여행하는..' 시리즈는 묘한 맛이 있다. 후룩후룩 먹을 수 있는 국수와 같지만, 그 국수 면발 한 가닥 한 가닥에 단단한 맛이 들어있는 느낌이랄까. 국수 같은 가는 글에 단단함으로 꽉꽉 채워진 문장이 읽기 좋게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 또한 몇 자 안되는 텍스트가 책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구성이다. 텍스트 보다 여백이 많은 책.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와 같은 구성. 그 노란책(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을 덮고 다시 이 초록책을 집어들 줄이야. 이러다가 빨간책(세상을 여행하다 다친 부상자를 위한 안내서)도 읽고 있을지 모르겠다. 건강하다는 건 하면 된다는 의지나 각오보다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 것. P. 53 진정한 어른은 사회가 페르소나로만 살기를 ..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

정신과 의사 김현철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출현하면서 부터다. 김어준이 말하는 무학의 통찰을 배운사람의 이론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준 것. 나름 쓸만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여러 의혹속에서 방송이 개편되고 그의 방송 활동도 의도치 않게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 무한도전에 출연할줄 누가 알았을까. 무한도전에 출연한 그는 한동안 무한도전 정신과 의사로 유명해진다. '정신과의사 김현철'을 검색하면 '무한도전 정신과의사'가 지금도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최근에는 배우 유아인 관련 SNS로 네티즌의 손가락질을 받은 것으로 더 유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날린 트윗을 보면 비난을 위한 것이 아니고 조언해주기 위함이라는 의도로 파악되지만 유아인의 팬들과 일련의 과정을 지켜..

소설의 첫 문장 : 다시 사는 삶을 위하여

소설의 첫 문장 : 다시 사는 삶을 위하여 김정선, 유유출판, 2016 모든 존재에는 시작이 있다. 시작이 있어야 다음이 있다. 시작이 있어야 존재하게 되고, 그 존재는 다음과 연결돼 의미가 된다. 작가가 온전히 창작하는 소설의 영역에도 시작이 있다. 소설의 시작 첫 문장. 그 첫 문장은 전체 서사를 시작하는 기초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작가는 한 편의 탄탄한 소설을 위해 첫 문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소설 '칼의 노래'에서 김훈 작가가 첫 문장을 장고 끝에 결정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할지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로 할지 오래 고민했는데 '꽃이 피었다'를 선택했다고. 이후 소설 문장은 '꽃피는 숲에 저녁노을이 비치..

작가 조정래의 열정을 만나다 - 황홀한 글감옥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 지음, 시사인북 태백산맥 마지막 10권을 덥자마자 벌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 날 가장 빨리 있는 기차를 타고 무작정 벌교에 갔다. 벌교역에 내린 후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소설 태백산맥의 곳곳을 더듬었다. 놀랍게도 처음 가본 곳이었음에도 낯설지가 않았다. 소설 속에 푹 빠져서 내리 읽어낸 후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의 감정 때문이었을까. '홍교'위에 김범우가 서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후로도 한동안 태백산맥의 여운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감정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다. 소설을 쓴 작가도 그 소설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대하소설 3편을 20년동안 집필했으니 작가 조정래는 20년 그 이상을..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

'나는 꼼수다'는 우리나라 정치 풍자의 한 획을 그은 팟 캐스트 방송이었다. 김어준을 중심으로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등이 모여 당시 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풍자한 방송에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동안 본적도 들은적도 없는 가벼움에 욕설도 마다하지 않은 직설적인 낄낄거리는 비판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나는 꼼수다가 업로드 되는 날에는 아침부터 인터넷을 놓치 못하는 '폐인'을 양산할 정도로 그 인기는 엄청났다. 나는 꼼수다는 단순한 대중의 인기를 넘어서는 사회 현상이 되었고, 해외 언론도 그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즈 해외판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헤드라인에서 대통령을 풍자하는 나는 꼼수다를 보도했고, 카타르 알자지라는 대한민국 정치 상황을 분석하며 나는 꼼수다를 다룰 정도였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어령 정형모 지음, arte 이어령은 일곱 마리의 고양이(CAT)와 산다. 'Computer Aided Thinking' 컴퓨터가 그의 생각을 도와준다. 그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C-A-T 고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 고양이들에게는 윈도우 98, 윈도우 7, 윈도우 8, 애플 OS 등 여러 운영체제가 깔려있다. 오래 키운 고양이부터 최근 입양한 고양이까지 다양하게 있는 이유는 운영체제에 따라 돌아가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어서다. 이처럼 구식부터 최신까지 컴퓨터에 담아 놓은 엄청난 자료는 그의 깊고 넓은 지식의 바탕이 되어 지의 확장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지의 최전선에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어령과 중앙일보 문화부장 출신 정형모 기자의 대담록이다. 중앙 일보의 '..

에디톨로지, 김정운

에디톨로지(editology). 창조는 곧 편집이다. 21세기 가장 창조적인 인물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의 탁월한 능력은 '편집 능력'이다. 저자는 에디톨로지에 대한 내용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고 한다. 이후 말콤 글래드웰이라는 미국 작가가 워싱턴포스트에 '편집(editing)'이야말로 스티브 잡스식 창조성의 핵심이라는 내용을 기고한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디자인이나 비전이 아닌, 기존의 제품을 개량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편집 능력에 있다"는 주장이다. 김정운 억울해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어권을 벗어난 주변부 지식인의 주장은 주목받지 못한다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에디팅이 아닌 에디톨로지다. 어설픈 '에디팅'과는 차원이 다른 이론이라는 것이다. "에디톨로지는 그저 섞는 게 아니다. ..

서울을 알면 서울이 보인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 편

누적 판매 380만부!!국내 인문 교양서 최장 시리즈!! 바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다.1993년 처음 1권이 나왔고, 이후 25년 동안 총 14권이 출간된 시리즈다. 그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새롭게 출간됐다. 이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여행지는 서울이다. 9권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10권 '유주학선 무주학불' 2권이 나왔다. 9권에서는 종묘, 창덕궁, 창경궁 등 궁궐을, 2권에서는 한양도성, 성균관, 동관왕묘 등 조선의 문화유산을 다룬다. 사진 출처 : 창비 블로그 아는 만큼 보이는 즐거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문학 답사기가 1권이 140만부가 팔렸으니 말이 필요없는 인기였다고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다는..

상상하지 말라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 보는 법

상상하지 말라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 보는 법송길영, 북스톤, 2015 프롤로그 | 제대로 관찰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1장 허상 : 당신의 상식은 상식이 아니다 ‘구글 글래스 출입금지!’ 당신의 상식은 여전히 상식적인가?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실제와는 다르다 우리의 기득지가 짐이 된다 2장 관찰 :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라 ‘할인쿠폰은 밤 9시에’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활용한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방위적 설문을 하기도 하고, 몇몇 사람들에게 깊게 묻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이 소비자에게 '뭘 갖고 싶으세요?'라고 질문한다고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다. 우선 그들이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을 위험이 있고, 내 질문 자체..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김형수, 도서출판 아시아, 2015 저는 이 책에서 글쓰기의 실제에서 사용되는 마술 같은 비법을 몇 가지 소개할 생각인데, 순서 상 예교편 급에 속하는 비법이 방금 말씀해드린 겁니다.다시 정리하면 '작가는 써야 할 내용이 또렷해질 때까지 자판을 만지작거리면 안 된다!'가 되겠어요.p.21 천부성이라는 건 있어요. ... 감수성이 예민해서 실내 공기의 입자들이 미세한 파동을 일으킨 것까지 감지해 내는 사람 말이에요. 눈으로 쳐다보지 않고도 뒤통수로 읽어내는 사람. '그래, 너희끼리 눈짓으로 욕해라. 내가 모를 줄 알고?' 이런 예민한 사람들이 일단 천부적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입니다.p. 24 모든 창조 행위의 밑바탕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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