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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31

은유 작가를 발견하다 - 출판하는 마음

이 책은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문학편집자, 저자, 번역자, 인문편집자, 북디자이너, 출판제작자, 출판마케터, 온라인 서점 MD, 서점인, 1인 출판사 대표 등 출판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이라는 게 현란하고 화려한 느낌과 거리가 먼 것처럼, 출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담하다. 조선시대 사대부가 그린 수묵화를 볼 때의 느낌이랄까(심지어 표지부터 속지 사진, 내용까지 전부 흑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손이 갔던 이유, 그리고 이 책을 덮고 '그래 책을 집어 들길 잘했어'하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저자 '은유' 때문이다. 멋진 저자의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을 가진 이를 통해 재해석되어 나오는 이야기는 소소하게 감미롭다. 인터뷰를 넘어서 '사람 이야기는 이렇게 해야 해..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 김보통

김보통이 들려주는 대체로 우습고, 때때로 찡한 이야기 도서관에 강의하러 오신 선생님께서 여행 취재 이야기를 하면서 들려준 이야기다. 실화다. 어느 외딴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다. 할머니 나이는 여든이 넘었다. 할머니는 열일곱에 시집가 그 산골에서 평생 사셨다. 밭을 일구고, 시부모님 모시고, 아이들을 키우셨다. 성실, 보람, 열심 등 좋은 감정이 들게 한 단어들이 가슴을 스친다. 할머니의 시부모님, 할머니가 키우신 아이들 그리고 나의 눈에도 별 탈 없이 무난해 보이는 삶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시집간 후 평생 집 밖으로 외출하신 게 일곱 번이 되지 않는다. 스무 살이 안 된 나이에 시집가서 60년 넘게 살면서 집 밖 외출이 7일이 안 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정도 되면 성실, 보람, 열심과 ..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임승수.

책 제목이 묵직하다. 깊이 있는 삶을 발효시켜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책을 펼치면 방점이 '삶'이 아닌 '책'에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순간 임승수 작가를 의심할 뻔. 이 책 제목은 금천구 독산동 만화방에서 영감을 얻지 못한게 분명하다. 책 내용은 제목과 달리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책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한 사람, 책을 만드는 글쓰기는 '어떻게' 그리고 '잘' 쓸 수 있는지 궁금한 이들이 읽기 딱 좋은 책이다. 다만, '글쓰기 클리닉'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 나는 이 책을 도서관 대여로 읽은 후 새 책으로 구매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터뷰를 풀어 재구성한 작가의 글 때문이다. 쉽고, 간결하고, 작가의 의도가 ..

글쓰기 클리닉. 임승수.

'단문, 능동형으로, 핵심만' 업무메일을 받은 모 과장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달리 말하면 쉽게, 어법에 맞게, 핵심만 쓰라는 것이다. 문장이 길면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놓치기 쉽고, 핵심을 벗어난 문장은 상대를 피곤하게 한다고... 그의 말은 간단했고, 핵심만 이야기 했지만 나를 피곤하게 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하지만 잔소리의 피곤함은 곧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좋은 결과중 하나는 글쓰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는 것. 하루 20~30통의 메일을 받고 최소 10통 정도는 회신해야 했는데 회신 메일쓰는 시간이 눈에띄게 줄었다. 바로 기계적인 글쓰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적어도 업무 메일에서는. 글쓰기는 지적 논쟁이 아니다. 단순 의사전달이다. 의사전달 내용이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

유럽의 시간을 걷다.

유럽을 알고 유럽을 만나는 길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 웅장한 석조 건물이 늦은 오후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아름답다. "오, 아름답다. 역시 유럽" "사진 찍자" 멋진 건물을 감상하고, 사진찍고, 이제 이동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 역시 스케일 큰 석조 건물이 멋지다. "역시 유럽은 돌로만든 성당이지" "파리에서 봤던 거랑 뭐가 다르지 않냐? 건축 양식이 조금 다른거 같은데" "몰라. 그래도 둘다 멋지다"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스쳐지나며 봤던 일상적인 문화재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흔한 남도 유적지 답사도 유홍준과 함께라면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지고 알찬 여행이 되었다.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기 전과 후는 여행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은 그 책..

일상에서 행복 찾기

내일을 준비하는 삶.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루 하루를 아끼며 시간을 쪼개 열심히 생활하며 내일을 준비하면 행복이 한 발 앞으로 다가온듯 해 오늘을 웃음짓게 한다. 하지만 내일을 준비하는 혹은 내일을 대비하는 오늘이 너무 고달프다면 오늘 짓는 웃음의 의미가 달라진다. 내일의 희망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는 쓴웃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면 오늘 하루는 고통이다. 이쯤되면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내일이 행복하려면 오늘이 행복해야 한다. 지금 가진 것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내일 또 다른 무언가가 채워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쁨으로 다가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행복해야지 내일의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을 죽어라 희생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

명견만리.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

아케이드로 만들어진 시장은 투명한 지붕 덕분에 겨울에는 따사로운 햇볕이 들고 여름에도 비 맞을 걱정 없이 쾌적한 쇼핑을 할 수 있다. 시장에는 곡식, 육류, 채소 등의 식재로부터 평면TV, 노트북,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제품, 잡화까지 온갖 물건들이 있다. 해외 상품들도 판매되고 있다. 수입산 시계, 스위스 커피와 한국 신라면도 보인다. 매대마다 카드 결제기가 놓여 있다.피자나 햄버거를 파는 가게도 눈에 띤다. 전화 한 통이면 배달도 바로 해준다. 그런가 하면 애완용품, 태양열 전지패널, 자전거 가게도 보이고, 손세차장도 있다. 시장은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여기저기 호객하고 흥정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이곳이 어디일까? 바로 북한의 자생적 시장인 장마당의 풍경이다. 생전 들어보지..

만족하는 직업 찾기 프로젝트 - 인생학교 일, 로먼 크르즈나릭

만족하는 직업 찾기 프로젝트 아침 해가 뜬다. 아니, 아직 해가 뜨기 전이다. 아침 해가 뜨기 전 일어나서 세수하고, 아침을 거르고 겨우 버스와 전철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나선다. 그 어디론가가 인천공항이라면 버스, 전철을 타는 행동에 '겨우'라는 부사는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눈을 겨우 떴더라도, 심지어 세수를 하지 못하고 급하게 집을 나섰더라도 감정은 이미 충만함에 이르렀을 테니까 말이다. 겨우 나선 그 어디는 바로 직장이다. 겨우 하루를 시작하고, 겨우 하루를 마감하고, 또 겨우 겨우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삶, 이게 우리 직장인 대부분의 삶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직장에서의 일이 힘든걸까? 또 왜 우리가 선택한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걸까? 겨우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는 몸에 맞지 않은 꽉..

공짜로 즐기는 세상. 김민식.

세상을 공짜로 즐기는 노하우 대 방출 시간과 돈은 대략 반비례 관계에 있다.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을 있으면 시간이 없다. 회사에 다니면 통장을 스쳐나가는 유령같은 돈이라도 있지만, 백수가 되면 그 유령같은 존재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대신 백수는 하루 24시간 홀로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돈을 선택할 것인가! 시간을 선택할 것인가! 이런 극단의 선택은 몸과 정신 건강에 좋지않다. 방랑끼가 다분히 많은 자유로운 영혼에게나 가능한 상급 선택이다. 그러면 현실적인 선택. 1. 영혼까지 탈탈 털리더라도 많은 돈을 벌 것인가! 2.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 것인가! 빨간약을 선택할 것인가! 파란약을 선택할 것인가! 2번을 선택했다면 적어도 세상을 즐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된 사람이다. 이정..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김현철

불안해도 괜찮아. 우리는 불안하다. 알라딘에 '불안'을 검색해 보면 관련 책이 꽤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 김현철의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그리고 검색되는 많은 책. 우리가 불안과 함께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불안을 일으키는 가장 많은 원인은 뭘까? 저자는 임상으로 얻은 통계 결과를 밝힌다. 1위- 배우자 혹은 연인에 대한 의심, 2위- 소위 '부적절한 관계' 속 애인에 대한 의심, 3위- 배우자 혹은 부적절한 관계 속 애인을 향한 서운함과 분노. 1위부터 3위의 공통된 불안 원인은 바로 사랑받을 자격에 대한 의구심이다. 사랑받을 자격에 대한 의구심은 인간을 유아기로 퇴행시킨다. 그리고 근본적인 불안과 마주하게 한다. 엄마에게 버려질 것 같은 유아기의 불안이 어른이 된 후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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