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독서/밑줄긋기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멀랜다 2017. 8. 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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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김형수, 도서출판 아시아, 2015


저는 이 책에서 글쓰기의 실제에서 사용되는 마술 같은 비법을 몇 가지 소개할 생각인데, 순서 상 예교편 급에 속하는 비법이 방금 말씀해드린 겁니다.

다시 정리하면 '작가는 써야 할 내용이 또렷해질 때까지 자판을 만지작거리면 안 된다!'가 되겠어요.

p.21


천부성이라는 건 있어요. ... 감수성이 예민해서 실내 공기의 입자들이 미세한 파동을 일으킨 것까지 감지해 내는 사람 말이에요. 눈으로 쳐다보지 않고도 뒤통수로 읽어내는 사람. '그래, 너희끼리 눈짓으로 욕해라. 내가 모를 줄 알고?' 이런 예민한 사람들이 일단 천부적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p. 24


모든 창조 행위의 밑바탕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면 창조적 영감이 어디에서 흘러 나오는가 하면 유감스럽게도 '정서불안' 상태에서 솟구칩니다. 문학의 영감도 태반이 '정서불안' 상태에서 솟구칩니다.

p. 27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소화라는 인간형은 틀림없이 작가의 삶 속에 자리해 있는 실존 인물일 것으로 생각했어요. ...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의 백화도 아마 그럴 겁니다.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인물이 실감의 크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요. 대부분의 명장면이 작가의 삶에 알리바이를 두고 있다는 걸 세계문학사는 지속적으로 증명하고 있어요.

p. 77


잉태해라. 무르익게 만들어라. 이게 비법이에요. ...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겁니다.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라! 언제까지? 물방울이던 것이 눈과 코와 귀와 손가락, 머리카락까지 모양을 갖출 때까지.

p. 85


작품은 이렇게 무르익어서 아기가 태어나듯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는 겁니다. 그때까지 작가는 인내심을 가지고 충실하게 기다려야 작품의 탄생이 행복해집니다. 작품이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끄집어내려 하면 상당히 많은 문제가 야기됩니다.

p. 88


"첫 문장은 신이 내린다." "첫 문장은 과격해도 좋다." 이 두 가지가 무르익는 단계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두었으면 합니다.

p. 104


문학적 글쓰기의 최대 비법인 '먼저 느낀 것에서 나중에 느낀 것으로' 문장을 쌓아가는 요령은 이렇게 실제 생활 속에 감춰져 있습니다. ... 느낌의 순차성, 인식의 순차성, 먼저 보고 듣고 느낀 것에서 나중에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 물이 흐르듯이 장면이 연결되면 대부분 젖어 들어가 몰입하게 되어있어요.

p.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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