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독서/책읽기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김현철

멀랜다 2018. 1. 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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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도 괜찮아.


우리는 불안하다. 알라딘에 '불안'을 검색해 보면 관련 책이 꽤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 김현철의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그리고 검색되는 많은 책. 우리가 불안과 함께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불안을 일으키는 가장 많은 원인은 뭘까? 


저자는 임상으로 얻은 통계 결과를 밝힌다. 1위- 배우자 혹은 연인에 대한 의심, 2위- 소위 '부적절한 관계' 속 애인에 대한 의심, 3위- 배우자 혹은 부적절한 관계 속 애인을 향한 서운함과 분노. 1위부터 3위의 공통된 불안 원인은 바로 사랑받을 자격에 대한 의구심이다.


사랑받을 자격에 대한 의구심은 인간을 유아기로 퇴행시킨다. 그리고 근본적인 불안과 마주하게 한다. 엄마에게 버려질 것 같은 유아기의 불안이 어른이 된 후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다시 다른 모습이 되어 나온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유아기의 결핍이 불안이라는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불안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상이 있지만 그 현상이 불안이라는 감정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잘 인지하지 못한다. 예뻐지려는 꾸밈, 좋은 스펙을 가지려는 노력 등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이는 일상의 모습도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일 수 있다.



스펙 쌓기에 여념 없이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는 형석 씨와, 한없이 예뻐지길 희망하며 성형외과 거리를 배회하는 희선 씨. 얼핏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희선 씨가 성형에 중독되듯 형석 씨 또한 남보다 뛰어난 스펙, 자신의 이미지를 성형하는 데 중독되었기 때문입니다. 유교적인 가치관 탓인지는 몰라도 여성은 미를 가꾸는 노력에, 남성은 명예와 출세에 중점을 두어 그럴싸한 겉치레를 만드는 노력에 우린 너무나 관대합니다. 정신 의학에서 말하는 지배관념, 즉 과도하게 어느 생각이나 행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심리적 성향은 정작 이것이 옳은 길인지 틀린 길인지 잘 분간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중엔 알 수 없는 공허감에 빠지게 하지요. ... 부모와 사회가 원하는 가치관으로 스스로를 다듬는 데만 매진하다보니 어느새 진짜 자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버려질 것에 대한 불안은 거짓 자기를 만든다. 영국의 정신의학자 랭에 따르면 유아기에 엄마에게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해 생긴 존재 불안에 대한 방어가 거짓 자기를 만든다고 한다. 칼 융이 말했던 '페르소나'도 비슷한 개념이다.


예뻐지기 위한 성형 중독, 좀 더 나은 능력을 가지려는 스펙쌓기 모두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한 방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인식은 원인을 찾게 만들고, 원인을 찾으면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불안해도 괜찮다. 불안은 유아기 결핍을 다시 채우기 위한 우리 자신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다. 


우리의 삶은 필연적으로 불안과 대면하게 되어 있다. 그 불안은 떨쳐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변화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친구와 같은 존재다. 불안이 오더라도 불안해 하지 말고, 불안에 직면해 불안이 건네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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