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흘러서 바다로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높다란 마루에서 거울을 보고 백발을 슬퍼하는 것을
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가 저녁에 눈처럼 된 것을
이백 - 장진주
그렇다.
오늘은 다시 오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으로 깨닫지 못한다.
오늘은 생의 마지막 오늘인 것을,
오늘 부는 봄 바람도 생의 마지막 봄 바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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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에서 성수선은 소설가 에세이집 '청춘의 문장들'에서 장진주를 읽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얼마 전 마사지팩을 붙이고 누워서 소설가 김연수의 에세이집 "청춘의 문장"을 읽다가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차가운 수분팩에 뜨거운 눈물이 범벅되어 미지근해진 팩이 얼굴에 척 달라붙었다. 난 팩을 떼어내고 엉엉 울었다. 며칠간 참아왔던, 애써 모른 척했던, 억지로 눌러왔던 서러움과 외로움, 후회가 솟구쳤다.
김연수가 그의 청춘을 함께한, 청춘의 시간들을 살아내는데 힘이 되어준 문장들을 소개한 "청춘의 문장들" 한 꼭지에 이백의 "장진주"가 있었다.
성수선이 인용한 '청춘의 문장들'에서 소설가 김연수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참고서 한샘국어에도 나왔던 이백의 너무나 유명한 시 "장진주"였다. 하지만 이상하기도 하지, 고등학생 시절에는 이 시를 읽으면서 한 번도 그런 서늘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얼마나 서늘했냐 하면 정신이 번쩍 드는 것과 동시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상태에 도달할 정도였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눈앞이 캄캄하다는 사실을 그제야 바로 보게 된 것이다. '君不見' 이 세 글자에 나는 그만 눈이 트이고 말았다.
봄이 이렇게 지난다는 게 아쉬워 다시 산에 올랐다.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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