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커피/오늘의 커피

FROM 스페인, 사탄 커피

멀랜다 2019. 2. 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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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고딕지구에 나름 괜찮은 카페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이름은 사탄 카페. 여행 정보를 수집하던 중 블로거들 사이에서 들은 소문이지만, 어찌되었든 소문은 따라가 맛보아야 제 맛 아니던가. 명동 이삭 토스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는 것과 같은 그 느낌 그대로.


고딕지구에 도착해 유명하다는 복숭아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츄러스도 맛보고, 순서대로 블로거들의 발자국을 따라, 마침내 사탄 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탄 카페는 고딕지구 후미진 골목에 있었다. 관광객이 워낙 많은 곳이라 한산하다고 할 수 없는 한적한 골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침 카페 문 앞에 앉은 자유스런 모양새를 풍기는 외국인은 이집 커피 맛있다고 추천까지 해주는 현실적인 맛집 추천 인증까지 해주었다.


‘여행 좀 다녀본 것 같은 자유스런 모양새의 외국인까지 추천해주는 카페군.’ ‘복숭아 아이스크림, 초코 츄러스. 단, 단, 이후에 커피는 당연한 순서지’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입장.


그러나..


카페 손님의 절반은 한국 사람이라는 말은 무색했다. 그리고 손님이 많아 대기할 수 있다는 말도사실이 아니었다. 그렇다. 카페 직원은 테이블에 의자를 올리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영업 끝났단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영업 마감이라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주인장이 끝났다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유럽에서 고풍스런 고급 커피 한 잔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던가! 이 카페의 커피가 명동 이삭 토스트 같은 맛이라고 할지라도 더욱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열망만 가득 안고 돌아와야 했다. 


고풍스런 장소에서 마시지 못한 유럽 커피 한 잔 마시지 못한 그날의 헛헛한 기억이 간간이 생각날 즈음. 우연히 사탄 커피가 멀리 한국까지 날아왔다. 바르셀로나에 다녀온 어떤 분께서 증정(?)해주셨다.


원두는 에티오피아, 로스팅 1주일된 커피, 하이와 미디엄 정도 될 것 같은 로스팅이었다.


핸드드립 표준 분쇄도로 갈고, 물 온도는 92도씨, 칼리타 하사미 드리퍼에 내리기로 한다. 물을 끓여 드리퍼와 서버를 예열하고, 드립 포트에 물을 부어 온도계를 꽂아 놓는다.


20그람의 커피에 3차에 나눠 총 320그람 정도의 물을 붓고, 220그람 정도의 커피를 추출했다. 추출시간은 3분 이내.


내린 커피를 흰색 머그잔에 따른다. 그리고 한 모금.


바르셀로나 마르까도나에서 까먹던 오렌지가 생각나는 맛이다. 시트러스하게 입안에 감도는 산미가 좋다. 레몬처럼 톡 쏘지 않은 부드러운 오렌지 같은 신맛의 감촉이 인상적이다. 


약한 홍차의 맛도 조금 느껴진다. 로스터는 차 처럼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의도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티오피아의 복합적인 플로랄함이 부족한게 아쉽지만, 부드럽고 가벼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다시 바르셀로나에 간다면 다시 사탄 카페에 갈 것인가! 

꼭 가지는 않겠지만, 지나는 길이라면 그 때 기분에 따라 다시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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