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독서/책읽기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

멀랜다 2017. 9. 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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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는 우리나라 정치 풍자의 한 획을 그은 팟 캐스트 방송이었다. 김어준을 중심으로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등이 모여 당시 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풍자한 방송에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동안 본적도 들은적도 없는 가벼움에 욕설도 마다하지 않은 직설적인 낄낄거리는 비판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나는 꼼수다가 업로드 되는 날에는 아침부터 인터넷을 놓치 못하는 '폐인'을 양산할 정도로 그 인기는 엄청났다.


나는 꼼수다는 단순한 대중의 인기를 넘어서는 사회 현상이 되었고, 해외 언론도 그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즈 해외판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헤드라인에서 대통령을 풍자하는 나는 꼼수다를 보도했고, 카타르 알자지라는 대한민국 정치 상황을 분석하며 나는 꼼수다를 다룰 정도였다.


이런 나는 꼼수다 현상의 중심에 김어준이 있었다. 김어준 그는 어떤 인물이기에 나꼼수를 통해 세상을 보는 예리한 안목과 대중의 감정을 읽는 탁월한 감각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의 김어준을 있게한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한 끼니에 계란 한 판을 해서 먹을 정도의 큰 손과 대학 낙방 후 화장실에 우는 아들을 구출(?)위해 도끼로 화장실 문을 부순 강한 어머니였다.



"두 번 낙방한 게 뭔 대수냐. 그게 실패한 거냐? 그거에 힘 빠져서 숨은 곳이 화장실이라니, 쯧쯧...... 네가 내 아들 맞아? 내 아들 김어준 맞느냐고!"


"내가 한 번이라도 너한테 성적표를 보여 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 뭘 하지 마라, 뭘 해라, 그랬느냐. 그런데 대학 떨어졌다고 울어, 사내새끼가, 쯧쯧. 닥치고 나와서 밥 먹어!"


 

김어준에게 여행은 그를 있게한 또 다른 동력이었다. 보고 싶은 것은 봐야하고 일단 실행하고 보는 그는 사하라 사막을 6개월 동안 여행한 커플 기사를 보고 사하라 사막에 직접 가보고,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초대 수반이 보고 싶어 아라파트 집 앞까지 찾아갔다. 사하라 사막은 한 시간 걷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아라파트를 만나기 위한 여행은 아라파트 집 앞에서 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끝나지만 , 이런 똘기 넘치는 여행은 그에게 많은 생각의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유럽 배낭여행 도중 쇼윈도에 걸린 양복이 멋져보여 모든 여행경비를 털어 그 양복을 사입은 그. 즉흥적인 무모한 똘끼로 즉각적인 만족을 채운 것으로 보이지만 사건을 통한 그의 사유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여행 경비를 모두 털어 양복을 사 입은 그의 말이다.



"사람들은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면 대부분 상황 자체를 따지는 데 매몰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까부터 따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내가 뭔가를 하면서 그로 인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그 일을 못하는 거야. 뭘 하는데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그걸 감수하는 거야. 둘 다 갖고 싶다. 선택하기 싫은거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우주 원리다. 뉴턴은 이걸 작용 반작용이라 했다. 근데 이 말 가만 뒤집어 보면, 비용 지불한 건 온전히 자기 거란 소리다. 이 대목이 포인트다. 공짜가 아니었잖아."



이 책은 김어준 평전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김어준 자체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의 인생에서 굵직한 사건-어머니 이야기, 여행중 사업, 딴지일보 창간, 무신론, 이혼 등-을 중심으로 내용이 이어지지만 책의 절반 이상은 나는 꼼수다 이후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꼼수다 방송 이후의 많은 이야기-나꼼수 시작, 주진우 합류, 진중권과의 대립, 박원순 서울시장, 정봉주 수감, 비키니 사건, 김용민 출마 등-가 이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어준과 나는 꼼수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나는 꼼수다 이후 몇 년 동안 사건에 너무 치중된 내용은 '김어준 평전'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김어준과 나는 꼼수다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섞은 제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는 머리말에서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이 책은 내용은 진지하지만 방법은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책이다. 나는 꼼수다의 추억을 씹으며 어떤 마음으로 나는 꼼수다와 함께했는지 한 번 돌아보는 정도로 가볍게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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