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독서/책읽기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멀랜다 2017. 8. 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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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어령 정형모 지음, arte


이어령은 일곱 마리의 고양이(CAT)와 산다. 'Computer Aided Thinking' 컴퓨터가 그의 생각을 도와준다. 그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C-A-T 고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 고양이들에게는 윈도우 98, 윈도우 7, 윈도우 8, 애플 OS 등 여러 운영체제가 깔려있다. 오래 키운 고양이부터 최근 입양한 고양이까지 다양하게 있는 이유는 운영체제에 따라 돌아가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어서다. 이처럼 구식부터 최신까지 컴퓨터에 담아 놓은 엄청난 자료는 그의 깊고 넓은 지식의 바탕이 되어 지의 확장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지의 최전선에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어령과 중앙일보 문화부장 출신 정형모 기자의 대담록이다. 중앙 일보의 'S매거진' 연재를 위해 매 주 진행한 대담을 책으로 엮어 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27개 장으로 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이 있지만 딱 맞는 주제로 구분되지 않고, 이야기가 흘러가듯이 각 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페이스 혁명의 시대를 읽는 새로운 지문화학'이라는 거대한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작은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로 시작된 내용이 거대한 세계사의 범위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CAT을 통해 지의 확장을 이룬 이어령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의 종횡무진이 무척 흥미롭게 '시프트(shitf)한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이야기는 컨테이너로 연결되고, 테슬라와 에디슨의 이야기는 태양광을 이용한 테슬라 전기자동차로 이어진다. 그리고 유선 무선까지.



"정치가가 권력에, 기업가가 돈에 관심 있듯 인문학 하는 사람이 글자에 관심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게다가 이름에는 중요한 뜻이 담겨 있거든. 미국의 전기 자동차 테슬라 얘기 해볼까. 왜 하필 테슬라라고 붙였을까? 이걸 알려면 에디슨과의 관계를 알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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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슬라. 크로아티아 출신의 천재 물리학자이자 전기공학자, 발명가. 미국으로 건너와 교류 발전기를 만든 그는 직류를 고집하는 에디슨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결국 자신의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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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위대한 점은 전깃줄이 막 깔리고 있을 무렵에 이미 무선 시대를 생각했다는 거지. 무선 통신은 마르코니가 발명했다고들 알고 있는데 사실 테슬라가 2년 먼저 한 거야. 오늘날 리모컨 블루투스의 기초가 다 그 사람에게서 나왔어..." 

"전기차가 수십만대 돌아다녀봐. 결국 발전소 지어야 해. 거기서 이산화탄소 나올 거 아냐. 하지만 테슬라 자동차마은 달랐어. 새로운 발명품은 과학기술에서 나오는 게 아니야. 사람을  알아야지.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던 실리콘밸리의 소위 벤처기업이 왜 전기차를 만들었던 원조 에디슨의 이름을 따지 않고 테슬라라고 이름 지었겠어? 그 사람들 마음엔 스트브 잡스처럼 인문학자와 같은 창조적 상상력이 있었던 거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의 재미에 더해, 정형모 기자의 알기쉬운 정리는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대담집은 딱딱한 인터뷰 같은 분위기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정형모 기자의 재치있는 정리는 대담집이 재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는 대화로 풀어나가고 또 알기쉽게 정리해주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의 최고 정점에서 여전히 최신식 기술로 지식을 쌓고 있는 노학자의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생동감 있게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이 책을 통해 지식에 대한 새로운 자극이 되고, 넓은 시야를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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