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알고 유럽을 만나는 길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 웅장한 석조 건물이 늦은 오후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아름답다.
"오, 아름답다. 역시 유럽"
"사진 찍자"
멋진 건물을 감상하고, 사진찍고, 이제 이동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 역시 스케일 큰 석조 건물이 멋지다.
"역시 유럽은 돌로만든 성당이지"
"파리에서 봤던 거랑 뭐가 다르지 않냐? 건축 양식이 조금 다른거 같은데"
"몰라. 그래도 둘다 멋지다"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스쳐지나며 봤던 일상적인 문화재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흔한 남도 유적지 답사도 유홍준과 함께라면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지고 알찬 여행이 되었다.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기 전과 후는 여행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은 그 책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유럽은 어떠한가. 해외 여행이 보편화 되면서 이제 유럽도 하루 안에 도착할 만큼 가까운 곳이 되었다. 여행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여행 관련 정보도 그에 비례해 축적되고 있다. 유럽 어디에 있더라도 블로그나 여행 카페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더 쉽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보편화된 여행과 많은 여행 정보 속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많은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공부하며 익히며 알아야 보이는 깊이 있는 정보는 찾기가 쉽지 않다. 여행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은 긴 역사를 가진 도시가 많은 곳이다. 세계사의 중심에 오랫동안 있었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한 역사와 문화, 예술이 유럽 곳곳에 남아있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는 많은 이야기가 유럽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유럽의 역사를 알고 그 역사속에서 함께 발전해온 문화와 예술을 안다면 여행의 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 책은 유럽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관통하고 있다. 로마가 분열한 후 서유럽이 다시 멸망한 이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현대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유럽을 이야기 할 때 그리스 로마가 빠질 수 없지만 이 책은 그 이후 시대부터 시작하여 이전 시대를 반추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책은 구성이 독특하다. 소설과 같은 스토리를 먼저 펼치고, 뒤이어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제 역사와 문화 예술적인 내용이 나오는 구조다. 딱딱해지기 쉬운 유럽사와 그에 따른 문화 예술 이야기가 부드럽게 펼쳐질 수 있게 구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잔뜩 부풀려놓고 이야기를 마감한다는 것이다. 더 깊은 무언가가 나올거라고 예상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이야기꾼의 이야기 보따리와 같은 느낌이다. 두 권으로 분리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두고두고 볼만한 책이다. 특히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봐야할 책이다. 중세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유럽 곳곳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가득하게 할만큼 충분한 마법을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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