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TIP

열쇠 주유구캡 열기 필살기, 주유캡 안 열리면 이렇게 하세요!!

멀랜다 2020. 8. 26. 11:58
반응형




어느 봄 저녁 퇴근무렵 K에게 전화가 왔다. 예기치 않은 갑작스런 전화는 불안하다. 왜 슬픈예감은 틀린적인 없을까.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는 울음과 황당과 난처함이 섞인 복잡 미묘한 상태다.



"주유소에서 주유할려는데 주유 뚜껑이 없어"


"주유 뚜껑을 잃어 버렸다고?"


"아니, 주유할려는데 뚜껑이 없어!!"



뚜껑이 없다. 주유구 뚜껑을 잃어버린게 맞다. 언제 잃어버린 것인지가 문제일 뿐, 주유캡을 분실한 것이다.


대략 4~5일에 한 번 기름을 넣는다. 패턴을 보면, 주유구캡이 없는 상태로 4~5일 차를 운행한 상태였다. 그 불안, 복잡, 미묘한 전화를 받은 것은 봄날 저녁이었다. 


봄날!!

꽃가루가 엄청 날리던 그 봄날!!


기름에 꽃가루가 들어가도 괜찮을까? 모르겠다. 기름에 꽃가루라니!!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이도 아니고 말이다.



"기쁜소식이 있어. 주유기 옆에 주유캡이 남는게 있어."


"그래 일단 막아야지"


"근데 뚜껑위에 열쇠 구멍이 있네? 이건 뭐지?"


"닫았어?"


"....."



열쇠 구멍이 있으면, 열쇠가 있어야 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나 보다. 우리집 현관 열쇠가 번호키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애써 위로했다.



"기름은 넣고 닫은거지?"


"기름은 넣었지"



그래. 기름이 떨어지기 전까지 아직 여유는 있다. 그래도 우리 차는 더이상 꽃가루를 먹지 않아도 된다. 이정도면 기쁜소식이 아닐까!!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차 기름이 떨어지기 전에 주유캡을 열어야 한다. 기한은 4-5일. 이건 뭐 시한 폭탄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테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폭탄을 실은 차에서 타이머가 째깍째깍 지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른 점이라면 저 타이머가 다 되면 우리 차는 멈춘다는 것. 터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심심한 위로를 준다.



생각해 본다. 저 캡을 어떻게 열어야하나!!


1. 영화처럼 핀으로 열쇠를 딴다.


2. 열쇠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3. 니퍼로 캡을 부수고 연다.


4. 파란손에 간다.



열쇠 따는법 검색. 유튜브에 보니 생각보다 자료가 많다. 보기엔 그닥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우연치않게 열쇠 원리도 알게되고 참 보람차다.


핀을 구해 유튜브 처럼 따라해 본다. 10분, 30분, 휴식..., 1시간. 손에서 쥐가 나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상하게 본다. 차를 훔치려는 건가? 차를 훔칠려면 차문을 따야지 차 기름통을? 기름을 훔치려고?. 사람들 표정은 그냥 이상한 놈을 본듯하다.


실패!!



다음날. 

과감히 2번 방법을 실행하려고 했으나!! 니퍼로 몇번 잡아본다. 이러다가는 차 기름통 자체가 망가질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 기름통이 찌그러지면 일이 커진다. 차 기름통 전체를 바꿔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이번엔 포기!!



다음날.

이제 결정해야 한다. 열쇠 전문가를 부를지, 날 밝으면 파란손에게 갈지를. K가 퇴근 후 다시 고민을 시작한다. 열쇠 전문가는 출장비가 보통 5만원이다. 24시간 출장 가능한 전화번호도 검색하니 나온다.


'아직 아침까지 시간이 있구나'


자리에 누워 다시 검색, 또 검색, 그리고 비슷한 상황, 에피소드를 검색해 본다.


검색,

검색,

검색,

잠이오지 않아, 또 검색,

새벽 1시쯤 되었을까?


두둥~~


걸렸다. 해결방법이 드디어 검색에 걸렸다.

이렇게 기쁠수가.



열쇠 주유캡의 원리는 간단했다. 열쇠가 없는 상태에서 주유캡을 돌리면 캡 윗부분만 헛돌게 되어있다. 열쇠를 꽂으면 걸쇠가 걸려 열리는 간단한 원리다.


그렇다면 헛도는 캡 윗부분을 캡 몸통 부분과 물리게 하면 되는 거였다.


해결책은 '고정 피스'

(솔루션을 주신 정비사 모임에 감사드린다.)



새벽 1시에 피스와 드릴을 들고 다시 꽃가루를 먹으며 달렸던 '붕붕이'에게 간다. 주유캡에 과감히 피스를 박아 넣는다. 피스가 캡 바깥 플라스틱을 뚫고 안까지 쑥 들어가고, 다시 뭔가에 다시 물리는 느낌이 드릴을 통해 전해진다.


피스 박기를 멈추고, 주유캡을 돌려본다.


돌..아..간..다.

드디어 2박 4일의 일정이 마무리. 타이머가 얼마남지 않은 그 새벽에 극적으로 주유캡이 열렸다.








주유캡이 원치 않게 닫혀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주는 선물이다. 이 글이 많은 이들에게 검색되어 민망하고  황당하게 차 앞에 서 있지 않기를...




-------

추가.

순정 주유캡은 인터넷, 또는 부품대리점에서 3~4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반응형